기타 | [한국사진지리학회 언론정보] '다산초당-영랑의 모란' 시·서·화, 600년 강진에 담기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국사진지리학회 작성일17-07-10 14:01 조회2,673회 댓글0건본문
강진군 강진읍 남당로에 위치한 강진만 생태공원. 1131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삶의 터전이자 운치있는 산책로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이 걸었던 유배길이다. /사진=구유나 기자 |
전남 강진에는 시(詩)가 있고, 글(書)이 있고, 그림(畵) 같은 풍경도 있다. 강진의 산과 바다가 그려내는 호젓한 산수화에는 누군가의 조상일 어느 시인과 학자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특히 5월이면 겨우내 숲길을 수놓았던 동백꽃이 지고 문인들이 사랑했던 겹겹이 불그스름한 모란꽃이 핀다. 화중지왕(花中之王), 즉 화려하기로는 '꽃 중의 왕'인 모란이지만 강진에서는 고즈넉한 산과 들의 일부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2017년은 '강진'(康津)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지 600년이 되는 해다. 원래는 탐라(당시 제주도)로 출발하는 나루라는 뜻의 '탐진현'이었지만 인근 도강현 일부와 합쳐 태종 17년부터 '강진'이라 불렀다. 오랜 시간 한반도의 변방이었지만 이곳을 사랑하고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은 꾸준하다. 시끄러운 도심과 멀리 떨어진 강진에서 옛 사람들의 풍경을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19~20일 한국사진지리학회(회장 윤병국)와 전남 강진으로 훌쩍 떠났다.
강진군 강진읍에 위치한 영랑생가.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를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사진=구유나 기자 |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길에 위치한 '세계모란공원' 내 '사계절 모란원(유리온실). 사계절 내내 모란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사진=구유나 기자 |
◇'모란시인' 집 뒷뜰에는 '모란꽃'이 피었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강진에서의 '감성여행'을 꿈꾼다면 시인 김영랑의 자취를 따라가보자.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등으로 잘 알려진 영랑(永郞) 김윤식(1903~1950)은 전남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즈넉한 초가집, 사랑채와 내부 세간살이까지 가족의 고증을 통해 복원됐다. 뜰에는 작은 모란밭이 있고 사랑채 뒷편으로는 300년 된 동백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총 86편의 시 중 절반 이상이 생가를 주제로 한 만큼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 시작을 고민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된다.
생가 뒷편으로 올라가면 '세계 모란공원'이 나온다. 유리온실에서는 사계절 내내 모란을 감상할 수 있다. 높은 언덕에서는 강진읍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밤에는 조명 불빛이 밝혀져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내 첫 문학유파 기념관인 '시문학파 기념관'도 생가 인근에 있다. 1930년 3월, 용아 박용철, 정지용, 위당 정인보 등 김영랑 시인과 함께 '시문학'지를 창간했던 문인들을 소개한다.
강진군 도암면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걸어가는 오솔길에 펼쳐진 풍경. /사진=구유나 기자 |
◇'비운의 천재' 정약용의 열여덟년 유배지를 걷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떠나 열여덟년간 머물렀다. 해남 북일면 장수마을부터 천황사까지, 사실상 강진을 가로지르는 유배길은 65.7㎞로 걸어서 24시간이 소요되는 '고난의 행군'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이 기간 동안 학문적으로 가장 빛나는 업적을 이뤘다.
어느 정치인의 낙향으로 최근 회자되기도 한 만덕산 기슭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다산 초당은 정약용이 10년간 머물렀던 장소다. 가파른 숲길을 지나면 단출한 기와집이 한 채 나타난다. 이곳에서 정약용은 초당에서 저술 200주년을 맞은 '경세유표'를 비롯해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저술 활동을 펼치고 18명의 제자들을 길러냈다. 집채 옆에는 과거 정약용의 손길이 직접 미쳤다고 하는 직사각형의 연못과 연지석가산을 볼 수 있다.
강진군 대구면에 위치한 가우도 전경. 25m 높이의 청자타워에 설치한 짚트랙을 타고 사람들이 내려오는 모습. /사진=구유나 기자 |
◇찍고 걷고 즐기고…오감만족 '가우도' 섬 탐험
강진 섬 여행도 놓칠 수 없는 묘미다. 강진군 도암면과 칠량면 중간에 위치한 섬 '가우도'(駕牛島)는 이름 그대로 소의 멍에를 닮았다. 강진에 속한 8개 섬 중 유일하게 사람이 거주하는 곳으로 총 14가구 31명이 거주하고 있다. 5년 전 출렁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배를 타지 않고서야 진입할 수 없는 비밀의 섬이었다. 몇 없는 마을 식당에서는 강진만 앞바다에서 신선하게 잡아올린 어패류로 '가우도 섬 밥상'을 차린다. 지역 특산물인 '황가오리 빵'도 별미다.
세부적으로도 즐길 거리가 많다. 2.5㎞ 해안선을 따라 걷는 생태탐방로 '함께해(海)길'이나 '가우도 복합 낚시 공원'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가우도 정상에 있는 청자타워에서 출발해 강진만을 가로질러 1㎞의 거리를 1분여 만에 내려가는 '짚트랙'도 인기다. 생각보다 떨어지는 경사가 완만해 고소공포증이 없다면 도전해 볼 만 하다.
강진군 병영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 앞에 위치한 네덜란드 형식의 강진하멜풍차. /사진=구유나 기자 |
◇강진의 특색있는 박물관…'청자'부터 네덜란드인 '하멜'까지
강진에 있는 박물관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많다. 강진은 고려시대 왕실에 청자를 납품했던 지역으로, 40년 전에는 고려청자 제작 기술을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고려청자의 생산, 소비, 유통, 변천 과정들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조선시대 육군 총 사령부였던 전라병영성의 '하멜기념관'은 우리나라를 최초로 서양에 알린 '하멜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을 만날 수 있다. 1653년 조선에 불시착한 네덜란드인 하멜은 7년간 강진 병영에서 혹독한 노동을 견뎠다. 주변 석장승이나 빗살무늬식 돌담 등 이질적인 풍모는 하멜 일행의 발자취를 느끼게 한다.
윤병국 한국사진지리학회장은 "전남 강진은 유홍준 교수가 '남도답사 1번지'로 소개할 만큼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라며 "강진 방문의 해를 맞아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5월 26일 (15:2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