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2차원 자성물질 내 전자 얽힌 상태로 존재…새 양자상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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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웅희 작성일20-07-21 04:55 조회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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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박제근 교수팀 "'양자 자성 다체 엑시톤' 확인…양자정보 전달 수단으로 확장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자성을 띤 2차원 물질에서 분자를 이루는 원자 사이에 있는 전자가 '얽힌 상태'(entanglement)로 존재하며, 이 물질이 방출하는 빛이 '양자 다체 상태의 새로운 엑시톤'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엑시톤은 자유전자와 전자가 빠져나가 양극을 띠는 자리인 양공으로 이루어진 입자로, 에너지 상태에 따라 광자를 방출할 수 있는 양자상태이기 때문에 양자광원이 필요한 양자정보통신에 중요한 열쇠로 거론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박제근 전(前)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21일 2차원 자성 물질에서 독특한 신호를 발견하고, 이 신호가 전자가 여러 원자 사이에 얽힌 상태로 존재하는 양자 다체 상태의 새로운 엑시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정현식 교수와 연세대 김재훈 교수, 고등과학원 손영우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한 엑시톤은 삶과 죽음이 중첩돼 존재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전자가 여러 원자 사이에 얽힌 상태로 존재한다며 이 엑시톤은 이론적으로도 예측된 적이 없는 새로운 양자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얽힌 상태는 둘 이상의 상태가 양자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각각의 상태를 따로 떼어 독립적인 파동함수로 다룰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인 삼황화인니켈(NiPS₃) 결정구조[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2차원 반데르발스 자성물질인 삼황화인니켈(NiPS₃)에 흡수된 뒤 다시 방출되는 빛을 측정하는 광방출시험을 통해 파장 여러 개의 주파수와 파형이 일치해 증폭되는 '결맞음'(coherence)이 강한 빛 신호를 발견했다.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은 그래핀 등처럼 층 사이가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불리는 약한 전기적 인력으로 묶여 있어 얇은 원자층으로 분리할 수 있는 물질로, 1차원(선)이나 3차원(입체)에서 나타나지 않는 전자 상호작용으로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갖는다.
NiPS3에서 광방출·광흡수 실험으로 얻은 엑시톤 신호(a) 2차원 자성 물질에서 방출된 빛을 측정했더니 특정 에너지를 가진 빛이 강한 것을 발견했다. 이런 신호는 엑시톤의 증거인데 기존보다 결맞음이 10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b) 온도에 따른 신호 폭 그래프. 낮은 온도에서 신호가 매우 좁은 폭으로 분포한다. (c) 광방출 신호의 두께 의존성. (d) 2차원 자성 물질이 흡수한 빛을 측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광방출 실험과 광흡수 실험 결과가 같아야 하는데, 광방출 실험에서 관찰했던 신호(피크 1)가 똑같이 나타난다.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광방출실험에서 발견한 결맞음이 매우 강한 엑시톤 신호를 서로 다른 세 가지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 신호 데이터를 계산해 이 엑시톤이 전자가 특정 원자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 확률이 산재해 있어 여러 원자에 동시에 속박된 양자다체상태임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이 빛의 운동량과 에너지 분산 관계를 측정하는 공명 비탄성 X선 산란실험을 수행한 뒤 이를 최신 양자역학 기반의 다체 이론을 적용하고 많은 양의 계산을 수행한 결과와 비교해 이번에 발견한 엑시톤이 양자 다체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양자 다체 자성 엑시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양자상태로 2차원 물질 양자현상 연구에 기여해 양자정보기술 혁명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엑시톤에서 발생하는 빛은 양자상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양자정보통신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이때 엑시톤이 갖는 양자상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제근 교수는 "2차원 물질에서는 특이 양자상태가 매우 드물다"며 "이 연구는 한국 연구진이 개척해 중요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한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 분야에서 또다시 선도적인 연구 성과를 내서 이 분야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차원 자성물질에서 '양자 자성 다체 엑시톤' 발견 연구진(왼쪽부터)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박제근 전(前)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김재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손영우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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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박제근 교수팀 "'양자 자성 다체 엑시톤' 확인…양자정보 전달 수단으로 확장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자성을 띤 2차원 물질에서 분자를 이루는 원자 사이에 있는 전자가 '얽힌 상태'(entanglement)로 존재하며, 이 물질이 방출하는 빛이 '양자 다체 상태의 새로운 엑시톤'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엑시톤은 자유전자와 전자가 빠져나가 양극을 띠는 자리인 양공으로 이루어진 입자로, 에너지 상태에 따라 광자를 방출할 수 있는 양자상태이기 때문에 양자광원이 필요한 양자정보통신에 중요한 열쇠로 거론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박제근 전(前)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21일 2차원 자성 물질에서 독특한 신호를 발견하고, 이 신호가 전자가 여러 원자 사이에 얽힌 상태로 존재하는 양자 다체 상태의 새로운 엑시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정현식 교수와 연세대 김재훈 교수, 고등과학원 손영우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한 엑시톤은 삶과 죽음이 중첩돼 존재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전자가 여러 원자 사이에 얽힌 상태로 존재한다며 이 엑시톤은 이론적으로도 예측된 적이 없는 새로운 양자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얽힌 상태는 둘 이상의 상태가 양자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각각의 상태를 따로 떼어 독립적인 파동함수로 다룰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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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S3에서 광방출·광흡수 실험으로 얻은 엑시톤 신호(a) 2차원 자성 물질에서 방출된 빛을 측정했더니 특정 에너지를 가진 빛이 강한 것을 발견했다. 이런 신호는 엑시톤의 증거인데 기존보다 결맞음이 10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b) 온도에 따른 신호 폭 그래프. 낮은 온도에서 신호가 매우 좁은 폭으로 분포한다. (c) 광방출 신호의 두께 의존성. (d) 2차원 자성 물질이 흡수한 빛을 측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광방출 실험과 광흡수 실험 결과가 같아야 하는데, 광방출 실험에서 관찰했던 신호(피크 1)가 똑같이 나타난다.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광방출실험에서 발견한 결맞음이 매우 강한 엑시톤 신호를 서로 다른 세 가지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 신호 데이터를 계산해 이 엑시톤이 전자가 특정 원자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 확률이 산재해 있어 여러 원자에 동시에 속박된 양자다체상태임을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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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양자 다체 자성 엑시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양자상태로 2차원 물질 양자현상 연구에 기여해 양자정보기술 혁명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엑시톤에서 발생하는 빛은 양자상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양자정보통신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이때 엑시톤이 갖는 양자상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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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 자성물질에서 '양자 자성 다체 엑시톤' 발견 연구진(왼쪽부터)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박제근 전(前)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정현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김재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손영우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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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임종헌 56차 공판…재판 개입과 법리 검토 사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심경 전 사법지원총괄심의관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 92학번, 사법연수원 28기 동기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말을 놓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두 사람의 친분을 안 '윗분'의 지시로 심 전 심의관이 방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면서 두 사람은 '사법농단' 사태에 휘말리게 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56차 공판기일에는 심 전 심의관과 방 부장판사가 나란히 증인석에 앉았다.
2015년 전주지방법원 행정2부는 헌법재판소(헌재) 정당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이 상실된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통진당) 전북도의회 의원이 낸 퇴직 처분 취소 소송을 심리 중이었다. 헌재는 국회의원 직위 상실을 결정했을 뿐 지방의원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의원들까지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한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은 당초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을 월권으로 봤다. 전국 각지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 지위를 돌려 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기회 삼아 법원만이 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권한을 공고히 하려 했다. 이같은 대법원 내부 분위기와 달리 2015년 11월12일 서울행정법원이 "헌재 결정을 법원이 다시 판단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하자 상황은 더 급박해졌다. 해당 판결을 한 반정우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 재판장의 법정 증언을 빌리자면, 대법원의 '윗분'들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심 전 심의관이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 위원(양형실장)에게 지시를 받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 전 실장은 "윗분들이 이 사건에 관심이 많다. 지방의원직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음을 전제로 본안을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입장을 재판장에게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또 "(재판장이) 어떤 입장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알아봐라"는 말도 덧붙였다. 심 전 심의관은 사법지원실 심의관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긴 했지만, 통진당 관련 소송 업무를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이 지시가 그에게 떨어진 건 재판장인 방창현 부장판사와 대학 동기로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라는 직함을 달고 재판장과 사건 얘기를 나누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심 전 심의관은 꺼림칙한 마음을 뒤로 하고 결국 방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소각하 판결이 났는데, 전주 사건은 피고가 다르니 본안 판단을 하는게 맞다는 법원행정처 내부 의견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방 부장판사의 대답은 "법리적 어려움이 있다. 검토 중"이라는 정도였다고 이날 법정에서 기억했다.
심 전 심의관은 검찰 조사에서 내키지 않는 지시를 따랐던 이유로 "이규진 실장이 혼자 이런 지시를 내릴리 없고 '윗분'들의 지시였을 텐데, 시키는 대로 안 한다는 소문나서 평판이 나빠지고 선발성 인사에 영향을 줄까 걱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도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인정했다. '윗분'들은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 쯤으로 '추측'했다고도 했다.
방창현 부장판사가 이끄는 전주지법 행정2부는 2015년 11월 25일 지방의원직을 유지하는 원고 청구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행정처 내부 의견에 따라 본안을 판단한 것이다. 정당을 해산시킨 헌재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결이기도 했다. 같은 날 심 전 심의관은 다시 전화를 집어 들었다.
"내가 지난번에 실무적 차원에서 안부인사 겸 방 부장에게 전화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혹시나 행정처에서 재판 관여 논란을 삼을 수 있을 것 같아서ㅠㅠ 물론 순전히 기우 같지만 방 부장님께서 잘 대처해주시면 고맙겠네" (2015년 11월 25일 심 전 심의관이 방 부장판사에게 보낸 문자 중)
"잘 알겠소. 또 연락합시다~" (위 문자에 대한 방 부장판사의 답장)
심 전 심의관의 염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하루도 채 가지 않아 법원행정처와 전주지법은 발칵 뒤집혔다.
판결 뒤 전주지법 공보관은 기자들에게 판결문 초고와 함께 법원 내부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인 만큼 기사 작성에 참고하라는 취지였지만, 함께 보낸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 보고(전주지법 11. 25. 선고)'라는 보고서에는 다소 노골적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지방의원 직위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선언한 부분은 삼권분립 원칙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법원행정처 공보관실-전주지법 간 공보 스탠스 공유 완료", "법관 대상 헌법 교육 시교육시 활용 여부 검토 예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헌재를 상대로 대법원이 우위를 점하려는 의지와 일선 재판 개입 정황이 묻어난 문구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전주지법 공보사태'라고 불린다. 헌재에 파견 나간 최희준 부장판사도 바빠졌다. 최 부장판사에게 판결에 관한 질문을 받은 방 부장판사는 "(인용 결정은) 당연한 거다"라고 응수한 뒤 곧바로 심 전 심의관에게 전화해 "헌재에서 전화 왔던데 너 괜찮아?"라고 물었다. 심 전 심의관은 "뭐 별일 있겠어"라고 답했다. 이날 심 전 심의관은 이런 전화를 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이날 재판에는 심 전 심의관에 방 부장판사도 증인석에 앉았다. 방 부장판사는 심 전 심의관의 전화를 받은 뒤 선고기일을 미루고 판결문을 임의로 수정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제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단은 "헌재 결정으로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의원도 의원직 상실 대상에 포함되는지 등 법리적 쟁점이 있었기 때문에, 친한 사이의 두 사람이 편하게 논의를 한 것"이라고 했다. 평판을 걱정했다는 심 전 심의관의 증언에 대해서도 "상급자 지시를 거부했다고 선발성 인사에 탈락한 실제 사례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심 전 심의관은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날 증인이 언급한 '윗분'들에 이 사건 피고인인 임 전 차장은 포함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전 실장은 법원행정처에서 사실상 독립된 업무를 했고 임 전 차장이 이런 업무 지시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변론했다. 당시 법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상고법원 도입과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던 정황도 근거로 들었다. 업무 지시는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일이 심의관을 불러 지시했던 임 전 차장의 '업무 스타일'도 변호인의 근거 중 하나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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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56차 공판기일에는 심 전 심의관과 방 부장판사가 나란히 증인석에 앉았다.
2015년 전주지방법원 행정2부는 헌법재판소(헌재) 정당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이 상실된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통진당) 전북도의회 의원이 낸 퇴직 처분 취소 소송을 심리 중이었다. 헌재는 국회의원 직위 상실을 결정했을 뿐 지방의원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의원들까지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한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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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 전 심의관은 꺼림칙한 마음을 뒤로 하고 결국 방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소각하 판결이 났는데, 전주 사건은 피고가 다르니 본안 판단을 하는게 맞다는 법원행정처 내부 의견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방 부장판사의 대답은 "법리적 어려움이 있다. 검토 중"이라는 정도였다고 이날 법정에서 기억했다.
심 전 심의관은 검찰 조사에서 내키지 않는 지시를 따랐던 이유로 "이규진 실장이 혼자 이런 지시를 내릴리 없고 '윗분'들의 지시였을 텐데, 시키는 대로 안 한다는 소문나서 평판이 나빠지고 선발성 인사에 영향을 줄까 걱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도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인정했다. '윗분'들은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 쯤으로 '추측'했다고도 했다.
방창현 부장판사가 이끄는 전주지법 행정2부는 2015년 11월 25일 지방의원직을 유지하는 원고 청구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행정처 내부 의견에 따라 본안을 판단한 것이다. 정당을 해산시킨 헌재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결이기도 했다. 같은 날 심 전 심의관은 다시 전화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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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겠소. 또 연락합시다~" (위 문자에 대한 방 부장판사의 답장)
심 전 심의관의 염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하루도 채 가지 않아 법원행정처와 전주지법은 발칵 뒤집혔다.
판결 뒤 전주지법 공보관은 기자들에게 판결문 초고와 함께 법원 내부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인 만큼 기사 작성에 참고하라는 취지였지만, 함께 보낸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 보고(전주지법 11. 25. 선고)'라는 보고서에는 다소 노골적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지방의원 직위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선언한 부분은 삼권분립 원칙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법원행정처 공보관실-전주지법 간 공보 스탠스 공유 완료", "법관 대상 헌법 교육 시교육시 활용 여부 검토 예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헌재를 상대로 대법원이 우위를 점하려는 의지와 일선 재판 개입 정황이 묻어난 문구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전주지법 공보사태'라고 불린다. 헌재에 파견 나간 최희준 부장판사도 바빠졌다. 최 부장판사에게 판결에 관한 질문을 받은 방 부장판사는 "(인용 결정은) 당연한 거다"라고 응수한 뒤 곧바로 심 전 심의관에게 전화해 "헌재에서 전화 왔던데 너 괜찮아?"라고 물었다. 심 전 심의관은 "뭐 별일 있겠어"라고 답했다. 이날 심 전 심의관은 이런 전화를 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이날 재판에는 심 전 심의관에 방 부장판사도 증인석에 앉았다. 방 부장판사는 심 전 심의관의 전화를 받은 뒤 선고기일을 미루고 판결문을 임의로 수정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제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단은 "헌재 결정으로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의원도 의원직 상실 대상에 포함되는지 등 법리적 쟁점이 있었기 때문에, 친한 사이의 두 사람이 편하게 논의를 한 것"이라고 했다. 평판을 걱정했다는 심 전 심의관의 증언에 대해서도 "상급자 지시를 거부했다고 선발성 인사에 탈락한 실제 사례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심 전 심의관은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날 증인이 언급한 '윗분'들에 이 사건 피고인인 임 전 차장은 포함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전 실장은 법원행정처에서 사실상 독립된 업무를 했고 임 전 차장이 이런 업무 지시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변론했다. 당시 법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상고법원 도입과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던 정황도 근거로 들었다. 업무 지시는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일이 심의관을 불러 지시했던 임 전 차장의 '업무 스타일'도 변호인의 근거 중 하나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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