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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갈윤새 작성일20-03-08 04:42 조회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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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신규 변호사 중 여성비율이 41.1%지만 국내 8대 로펌 여성 파트너 변호사 비율은 13%"라며 "여성변호사가 더많이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한국여성변호사회 제공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20세기 초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궐기한 기념일이다. 세월이 흘러 국내에서도 남성 전유물로만 여겼던 군을 비롯해 경찰, 법원, 검찰 등의 조직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2001년 첫 여성 장군이 탄생했고, 여성 법조인 증가 추세도 상당하다. 현재 활동중인 법조인 2만 8000여명 중 여성은 9500여명(33%)를 차지하며 10년 전(2010년) 2192명(15%)에 비해 23배 늘었다. 상전벽해 수준이다. 이처럼 조직에서의 성비와 관련해선 성과를 거뒀지만 고용불안 해소 등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들도 여전히 많다. 이에 <더팩트>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법조인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여성 법조인의 권익 증진에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세계여성의 날' 기념 기획 <여성 법조인 30% 시대> 2편에서는 여성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법조인들이 일하기 좋은 사회 등을 만들기 위한 과제 및 필요한 방안, 정책 등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8대 로펌 여성 변호사 13% 그쳐…남성 변호사와 연대도 필요"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5세 아이의 두개골이 파열되고 눈이 실명됐다. 친모의 묵인 하에 동거남에게 수개월 동안 지속적이고 잔혹하게 맞은 결과였다. 부모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고 방어능력이 전무한 5살 아이를 위해 여성 변호사 9명이 뜻을 모아 아이를 법적 지원하기로 했다. 물론 무료변론이었다.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목포지원 공판에 참여하며 친모에 대한 친권상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의 위탁과정 등 전 과정을 피해 아이의 편에 서서 진행했다. 결과는 동거남의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받았다. 광주고등법원에서 아동에 대한 폭력 관련 아동학대중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한 첫 사례였다. 매번 재판이 열릴 때 마다 일정 시간을 할애해 목포까지 내려가 무료법률을 지원한다는 것은 보람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정신에 진정성이 없었다면 절대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 변호사 한명 한명의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한 헌신이 디딤돌이 돼 한국여성변호사회가 30년간 지속될 수 있었다. 1991년 여성 변호사 50명이 주축이 돼 설립된 이후 가정 내 폭력피해를 당하는 여성들뿐 아니라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는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공익소송에 주력해왔다. 임기 첫 여성의 날과 내년 여성변회 30주년을 맞는 윤석희 변호사의 소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윤 회장은 지난 1월 14일 11대 회장으로 선임돼 2년간 여성변회를 이끈다. 윤 회장은 2011년부터 여성변회 회무를 시작해 부회장, 수석부회장 등을 차례로 역임하며 정책을 추진해왔다. 여성변회의 새로운 30년을 기대하는 이유다.

여성 차별과 혐오가 없는, 여성이 안전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윤 회장은 <더팩트>와 8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비율이 점점 개선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정부가 성적 다양성과 민주성포용성을 반영하는 민간 기업 및 로펌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의사결정 영역에서 성별 균형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 회장은 "신규 변호사 중 여성비율이 41.1%지만 국내 8대 로펌 여성 파트너 변호사 비율은 13%"라며 "여성변호사가 더많이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회장 혼자 힘만으로는 이런 일들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성 변호사들간의 연대뿐 아니라 주변 남성 변호사와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강박이 자신을 발전시킬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유학을 다녀와 지금까지 다양한 회무와 여성변호사회 활동을 하며 깨달은 윤 회장의 실제 경험을 통한 인생의 지혜다.

다음은 일문일답.

-1991년 사법시험 합격 뒤 3년 만에 바로 송무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여성 법조인들의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나.

변호사로 출발한 1994년만 하더라도 여성 변호사 숫자는 매우 적었다. 50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문에 조직 내에서 잘 적응하려고 노력했고, 일도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현재는 여성 변호사들이 많고, 동료나 선배, 후배의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풍부하다. 또 취업할 수 있는 기관도 로펌이나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업과 공공기관, 지자체, 국회 등으로 직역이 확대됐다. 반면 고용불안 등은 여전하다. 승진제한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개업 등의 상황은 변함없다. 결혼과 육아를 이유로 한 취업제한으로 전문가로 일하기도 전에 취업 경쟁이 심화되는 점은 정말 큰 문제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는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과 승진제한이 없는 사회다. 일과 가정을 양립한 여성 대부분이 중간관리자(No glass wall)로서, 의사결정권자(No glass ceiling)로서 어느 조직에서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비율이 점점 개선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비율은 2017년 406명에서 2018년에는 647명으로 늘었다. 양성평등 임원목표제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경영평가 지표 배점을 확대하는 정책들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간영역의 상황은 다르다. 기업과 로펌에서는 여전히 의사결정권자인 여성임원과 경영담당자로서의 여성변호사 비율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조직 내 다양성과 민주성포용성을 반영하는 기업 및 로펌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의사결정 영역에서 성별 균형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성 법조인 수가 크게 늘고 로스쿨 도입 등으로 연령층도 젊어졌다. 이런 변화가 여성 범죄 수사와 재판에 실제 영향을 미치나.

10여 년 전만 해도 여성 법조인의 수가 확연히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법정에서 변호사, 판사, 검사가 모두 여성인 경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늘었다. 어떤 조직이든 성비는 매우 중요하다.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조직의 운영과 구성원의 사고방식이 불균형해지고, 성인지 감수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성 법조인 수 증가로 실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인식 및 제도 개선 등을 통한 실무적 반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 예가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다. 물론 여전히 나아갈 길이 멀지만 여성 법조인 증가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여전히 고위직이나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수는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신규 변호사 등록자 중 여성 변호사 비율이 41.1%에 이를 정도로 여성 변호사 수 증가 추세가 무섭다. 그러나 여성 변호사들의 고위직 진출은 아직도 제한적이다. 국내 8대 로펌에서 여성 파트너 변호사 비율이 13%에 머문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여성변회는 여성 변호사들에게 더많은 고위직 진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올해(2020년) 8월 5일부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이사회의 이사 멤버로서 여성 1명 이상을 반드시 두도록 규정한 것이 예다. 앞으로 기업 사외이사로 여성변호사들을 추천할 예정이다.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와 공익에 헌신해온 만큼 자격이 있다. 기업 경쟁력도 높아지고 기업 투명성 제고 및 법률 리스크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밖에도 여성 법조인들이 기성 정치인들에게 직접 실전경험을 듣고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미래 여성지도자 아카데미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여성 법조인들의 정치입문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등의 성과를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임기 동안 공익사업의 지속 및 강화, 여성변호사의 권익 증진과 전문성 고양, 조직의 내실화 및 재정자립 실현, 여성변호사들 간의 교류 확대 등 4가지를 중점사업으로 꼽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제공

-출산 및 육아에 따른 고용불안과 실질적 취업제한 등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변호사의 경우 업무강도가 높고 팀체제가 아닌 개인전담 업무가 많다. 그렇다 보니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 대체자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 서울지방변호사회 구인게시판에 육아휴직 대체자를 찾는 공고가 간간히 올라오기는 하지만 육아휴직 대체인력의 구인 구직만을 전용으로 하는 게시판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여성 변호사에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준 법무법인 또는 법률사무소에 대해 여성변호사회 차원 혹은 대한변협 및 서울회와 협력해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임기 동안 계획은.

크게 공익사업의 지속 및 강화, 여성변호사의 권익 증진과 전문성 고양, 조직의 내실화 및 재정자립 실현, 여성변호사들 간의 교류 확대 등 4가지를 꼽겠다. 공익사업의 지속과 강화를 위해 2020년에도 아동·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인 법률지원을 추진할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여성 변호사의 권익 증진 및 전문성 고양을 위해 여성 변호사들의 리더십 강화를 위한 교육에 집중하고자 한다. 미래 여성지도자 아카데미와 비지니스 리더십 아카데미, 여성변호사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계획 중이다. 기존 서초구청 법률상담에 이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의 여성경제인 법률지원단 발족을 통해 새로운 직역확대 및 역할 증대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들을 대폭 강화하고, 여성변회가 펼칠 공익사업에 뜻을 함께할 후원자 및 후원기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직의 내실화와 재정자립이 실현돼야 여성변회 회원들의 권익 증진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함은 물론, 공익적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후배 여성 변호사 간 유대를 돈독히 할 생각이다. 서로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성변호사로 시작할 당시에는 소수이기 때문에 항상 더 많이 일해야 하고, 더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자신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스스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유학을 다녀오고, 여성변호사회 활동을 하면서 여성 변호사의 어려움은 혼자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다. 어쩌면 모든 변호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여성들 고민은 다 비슷하지 않겠나. 이런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여성 변호사들, 여성 동료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변의 많은 남성 변호사들, 남성 동료들과의 연대도 필요할 것이다. 동료로서, 선배로서 멘토해 주기를 바라며, 능력과 경험을 인정해 승진과 예우에서 다양성이 확보되는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이같은 다양한 형태의 연대를 통해 우리 여성들이 직면한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윤석희 회장 프로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1991) △사법연수원 수료(제23기)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2005) △한국해법학회 이사(2008)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2010)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위원회 위원(2011) △법률사무소 지우 변호사(2003~ 2012.10) △법률사무소 우창 변호사(2012.11~현재) △제11대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2020~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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