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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재떨이가 날아오는 거예요." 한 배우가 털어 놓은 오디션 경험담이다. 하품을 해서란다. 지방에서 올라오느라 피곤해서 실수를 했더니 오디션 관계자가 재떨이를 던졌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됐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필요 이상으로 거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작가 일을 시작했을 때 PD가 "모처로 보낼 공문을 만들어 오라"는 지시를 했다. 처음 쓰는 공문이었지만 기존 양식을 참고해 열심히 써서 갔다. 하지만 행정 업무가 처음이라 서툴렀나 보다. PD가 "맘에 들지 않는다"더니 갑자기 서류를 찢어 얼굴을 향해 던졌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을 직접 당하니 정신이 멍해졌다. 틀린 곳이 있으면 고치라고 하면 될 것을 일개 프리랜서 작가라고 함부로 대한 것이었다. 그 PD는 그 후에도 작가, 매니저 등에게 속칭 '갑질'로 명성을 떨치더니 결국 좋지 않은 일로 방송에서 퇴출됐다. 인과응보란 생각이 들었다.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PD가 되고 나서 다시 깨닫게 됐다. 특히 PD는 업무를 지시하는 동시에 협업을 요청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해서 더 그렇다.


몇 해 전 한 출연자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한 PD가 유난히 고압적으로 대하는데, 수많은 스태프가 인이어(상황을 공유하는 장비)로 그걸 들을 걸 생각하면 더 모욕감이 든다는 것이다. 상황 파악을 위해 해당 PD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그는 출연자에겐 군림할지 몰라도 다른 스태프들에겐 배척받고 있었다. 그가 막말을 할 때, 그걸 함께 들은 스태프들이 그의 업무 요청에 불친절로 응답하는 거였다. 앵커 의자 하나만 옮기려고 해도 조명, 카메라 등 협조를 구해야 할 팀이 부지기수인데, 늘 환영받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그를 보며 동료로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특히 방송같이 수많은 사람이 협업하는 일터에선 존중이 배어있는 언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마디의 독설이 100발의 화살이 되어 나와 타인 모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제작 현장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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