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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행 ‘눈 호사’ 부산행 ‘내면 성찰’… 행복한 경부선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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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란성 작성일21-11-15 01:20 조회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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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서 동시에 역대급 전시미술 애호가라면 경부선 기차를 타고 미술 여행을 가면 좋다. 대구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동시에 역대급 전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시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등 서양 미술사 거장의 작품으로 눈의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대구를, 내면을 성찰하며 카타르시스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부산을 권한다.대구미술관은 10주년 기념 해외교류전으로 ‘모던 라이프’를 하면서 프랑스 매그재단 소장품과 자체 소장품을 통해모더니즘을탐구한다. 한국의 이광호 박서보의 작품과 프랑스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바닥 작품부터 시계방향). 대구미술관 제공대구미술관은 10주년 기념 해외교류전으로 ‘모던 라이프’전을 하고 있다. 프랑스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매그재단과 공동으로 하는 프로젝트다. 모더니즘을 주제로 두 기관의 소장품이 엄선됐다. 매그재단은 예술 후원자인 에메 매그 부부가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던 앙드레 말로의 제안으로 남부 생 폴 드 방스에 연 미술관이다. 조르주 브라크,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 거장들과 전후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작품 1만 3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매그재단 40명, 대구미술관 38명의 대표작 144점으로 모더니즘의 역사를 직조한다.프랑스 국보인 마르크 샤갈의 ‘삶’으로 이 작품이 유럽 밖으로 반출된 것은 처음이다. 대구미술관 제공매그재단 소장 걸작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만으로도 가볼 만하다. 대표적인 게 프랑스의 국보인 샤갈의 작품 ‘삶’(1964년)이다. 가격만 수천억인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가로 4m 대형 캔버스에 결혼 음악 무용 곡예 장면을 넣어 인간의 희로애락을 슬프고도 환상적으로 표현한다.전시를 기획한 마동은 전시기획팀장은 “매그재단에서 8개월간 지속적으로 프랑스 문화부에 반출 허가를 요청한 끝에 유럽 밖으로 처음 나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칼더의 조각도 천장에 매달린 모빌과 바닥에 놓인 스탠드빌 등 지금껏 국내에서 보지 못한 대형 작품이다.이런 서구 거장들의 작품과 한국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무늬를 만들 듯 직조돼 있다는 게 관람의 묘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의 미술사가 서구의 미술사와 어떻게 조응하며 독창적으로 발전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예컨대 총 8개의 소주제 가운데 첫 번째 섹션인 ‘탈형상화’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자코메티의 철사처럼 가느다란 인체 조각, 장 뒤뷔페의 아이 낙서 같은 얼굴 그림, 최영림의 얼굴 작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네 번째 섹션인 ‘글’에선 작품 속에 스며있는 문자 요소를 동서양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추출해 꾸몄다. 한스 아르퉁의 추상화, 한국 단색화 대가들인 박서보 최병소, 포스트 단색화 작가인 이배 등의 작품에서 쉽게 식별되지 않는 문자를 발견할 수 있다.대가들뿐 아니라 40대 작가, 전통 한국화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섞여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광호(41) 작가의 설치 작품 의자가 ‘ㄱ’ ‘ㄴ’ 등 글자를 연상시켜 글 섹션에 함께 들어간 게 그런 예다. 일제강점기 한국화가인 석재 서병오의 1927년 작 화훼괴석 병풍도 나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내년 3월 27일까지.부산시립미술관에서 하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전은 작가가 지난 7월 갑자기 타계하면서 유작전이 됐다. 전시 도입부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전선이 드러나는 전구를 사용해 ‘출발’이라는 글자를 써서 전시의 출발이자 인생의 출발을 은유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부산시립미술관에서 하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전은 관람객을 울게 만드는 전시다. 작품을 보고 나온 뒤 우는 사람이 많아 전시장 출구에 아예 벤치를 뒀을 정도다. 전시는 한국 미술의 거장인 이우환을 기념하는 ‘이우환 공간’을 유치한 이후 동시대 세계 거장을 함께 조명하고자 마련한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의 세 번째로 올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상·설치미술 작가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1944∼2021)를 초대했다.전시 제목 4·4는 작가가 태어난 1944년을 의미하는 동시에 인생의 4·4분기를 뜻한다. 그렇게 인생의 4·4분기를 설계하던 작가는 설치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7월 갑자기 타계했고 그 바람에 전시는 유작전이 됐다. 전시는 평생 죽음이라는 주제에 천착한 볼탕스키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43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볼탕스키는 나치 점령에서 해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파리에서 태어났다. 유대인 혈통의 의사 아버지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마루 아래 숨어지냈다. 이런 개인사적 경험과 전쟁의 트라우마 탓에 작가는 대량 학살이나 집단적인 죽음 등 사회적인 사건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을 평생 작품의 주제로 끌어안았다. 볼탕스키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콘은 환하게 불이 켜진 전구와 감추지 않고 일부러 드러낸 검은 전선이다. 이번 개인전에 나온 전시장 입구의 ‘출발’과 출구의 ‘도착’이 그런 예다. 각각 작가가 디자인한 한글을 전구를 켜서 표시한 뒤 전선을 줄줄이 늘어뜨렸다. 전구는 언젠가 수명이 다해 꺼지는 생명을 은유하는 시각적 장치다.올해 신작인 ‘설국’인데, 기존의 검은 전선이 전선 자체가 희게 발광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작가는 이처럼 곳곳에 전선이 드러난 전구 그 자체를 전시하기도 하지만, 이를 흑백 인물 사진, 커튼, 누군가 입었던 옷과 매치시킴으로써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낸다. 전시장에선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고 종소리가 쨍그랑거리고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리고 기차 소리가 함께한다. 이런 소리가 감정을 고조시키며 바쁜 일상을 살면서 꾹꾹 눌렀던 죽음과 대면할 기회를 준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어느새 먹먹해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전시 기획자인 양은진 학예연구사는 “볼탕스키는 팬데믹 상황을 초래한 코로나19가 ‘우리 곁에 죽음은 늘 존재하며 죽음은 현재임을 인식하게 했다’고 생각하며 우리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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