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즉석밥 1개 2300원’ 고가 간편식 출발점 하림 ‘퍼스트 키친’ 가보니

4500억 투입한 12만3400㎡ 규모 식품 공장반도체 클린룸 도입해 즉석밥 ‘첨가물 0′ 구현”설비 비용만 경쟁사 대비 2배 수준 높아”주문량 적은 탓에 K2 라인은 가동 중단교촌치킨·워커힐 등 OEM 제품, K1 라인서 가동 활발하림(136480)그룹이 가공식품 계열사 하림산업을 앞세워 즉석밥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지난해 프리미엄 즉석밥 ‘순밥’을 출시했다가 실패했지만, 다시 프리미엄을 꺼냈다. 되레 기존에 냈던 순밥보다 200원 가격을 올린 2300원(210g)에 출시했다.이름은 ‘더미식 밥’이다. 즉석밥 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097950)의 햇반이 210g 기준 1950원 인 것을 고려하면 18%가량 비싸다. 오뚜기(007310)의 오뚜기밥보단 24% 더 비싸다. 어떻게 만들길래 이토록 비쌀까.지난 20일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산업의 간편식 제조 공장 ‘퍼스트 키친’을 찾았다.



하림산업 즉석밥 '더미식 밥' 생산 공정. /하림산업 제공퍼스트 키친은 하림산업의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기지다. 닭고기 생산을 넘어 종합식품 기업으로 도약을 목표한 하림이 지난해 4월 4500억원을 투입해 12만3400㎡(3만6500평) 규모 퍼스트 키친을 완공했다. 가정의 음식을 만드는 제1의 주방이란 뜻이다.이날 찾은 퍼스트 키친은 식품 제조 공장이라기보다 반도체 공장에 가까웠다. 육수·육가공·소스류를 만드는 퍼스트 키친 1공장(K1), 면류를 만드는 2공장(K2), 즉석밥을 생산하는 3공장(K3) 모두에서 작업자들은 장갑과 마스크는 물론 전신을 감싸는 방진복을 착용한 채였다.특히 더미식 밥을 만드는 3공장 K3는 클래스 100(Class 100) 클린룸을 갖추고 있었다. 클래스 100은 1입방 피트에 머리카락 직경 1000분의 1 크기(0.5㎛) 먼지가 100개 이하인 수준을 뜻한다. 대기 중에는 통상 0.5㎛ 이상 크기 먼지가 300만개 정도 분포된다.



방진복을 착용한 작업자가 '더미식 밥' 제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더미식 밥은 ‘첨가물 0′을 내세운다. 시중 대부분 즉석밥에는 산도 조절제나 보존료가 들어간다. 쌀을 씻고 불린 뒤 살균을 거쳐 포장 작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즉석밥을 상하게 하는 세균 등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클린룸 취사를 마치고 밀봉된 더미식 밥은 은색 원통 설비로 이동했다. 밀봉 상태의 즉석밥을 뜨거운 물에 넣는 대신 100도씨(℃) 이상의 고온의 물로 분사해 뜸을 들이는 방식이다. 뜨거운 물에 뜸을 들이면 식는 과정에서 포장지가 밥알을 누르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다.하림측은 클린룸 도입과 분사 방식 뜸 들이기 설비만으로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비싼 설비 비용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림산업은 전북 익산에서 재배한 쌀만을 사용해 더미식 밥을 만든다.문경민 하림지주 전무는 “고품질의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에 100% 국내산 쌀과 물만을 넣어 만드는 즉석밥인 더미식 밥의 가격은 사실 적정 가격”이라고 말했다.



밀봉을 마친 '더미식 밥' 제품이 뜸 들이기 공정으로 이동하는 모습. /배동주 기자하지만 하림이 밝힌 적정 가격을 두고 초기 평가는 엇갈린다. 고급 전략으로 즉석밥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 등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간편식에 붙은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실제 하림산업이 퍼스트 키친에서 처음 생산한 프리미엄 간편식 ‘더미식 장인라면’의 경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골, 소고기 등으로 20시간 육수를 내고 건면을 사용하는 더미식 밥만큼이나 공을 들여 만든 더미식 장인라면은 이미 가격 저항에 직면했다.더미식 장인라면은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봉지라면 한 개당 가격은 2200원으로 일반 라면 가격의 3배에 달한다. 타사의 고급 라면 제품보다도 약 800원가량 비싸다. 지난해 10~12월까지 누계 매출액은 70억원으로 시장 점유율은 0.7% 수준이다.실제 이날 오후 찾은 K2 생산 라인은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주문량이 적은 탓이다. 오전 7시 가동을 시작한 이후 오후 2시 생산을 종료하고 추가 생산을 이어가지 못했다. 건면을 생산하는 1개 라인과 유탕면을 생산하는 라인 사이 공간이 추가 라인 증설 없이 비어 있었다.



하림산업 '퍼스트 키친' 전경. /하림산업 제공하림산업 퍼스트 키친에서 활발한 가동을 보이는 곳은 더미식이 아닌 가정간편식(HMR), 냉동식품, 조미식품 등을 생산하는 K1이었다. 교촌치킨이 HMR로 선보인 볶음밥과 워커힐호텔의 곰탕 등 제품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문 전무는 “들인 비용이 있어 당장 더미식 밥과 더미식 장인라면의 가격을 낮추지는 못한다”면서도 “더미식 밥과 장인라면이 가진 상품성을 알아주고 주문이 늘어나면 생산 효율화를 이룰 수 있고, 이 경우 가격 유지로 사실상의 인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