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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멀게만 느끼지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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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환보효 작성일22-06-05 21:58 조회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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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기후비상사태:리허설’ [국립극단 제공][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우울증에 걸리고, 두 달간 몸무게가 10㎏이나 줄었어요.”2018년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학교를 빠지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 1인 시위를 벌였다. 여덟 살에 환경운동에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이 소녀의 목소리에 전 세계가 귀를 기울였다. ‘소녀의 외침’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울림을 줬다. 그는 16세의 나이에 노벨평화상의 후보로도 언급됐다.기후위기는 해마다 더 가까이 우리 곁에 왔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육식을 적게 하고, 편리를 위한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가급적이면 자가용 탑승을 줄이라며 환경운동가들은 ‘일상의 변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100명의 사람들이 같은 크기로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고백한다. “나의 위기에 ‘기후위기’는 없었다”고. “그게 내가 감각하는 기후위기”라고.국립극단의 연극 ‘기후비상사태:리허설’(6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무대의 한가운데로 가져온다. 예술계에서 기후위기를 담론으로 삼은 작품은 적지 않았다. 미술계는전시마다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폐기물 감소와 처리 방안을 고심했고, 영화계와 공연계는 일찌감치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질문을 던졌다. 때로는 강경한 구호였고, 때로는 절절한 호소였다. ‘기후비상사태:리허설’은 그간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말한다.



‘기후비상사태:리허설’ [국립극단 제공]연극은 ‘지구의 수명’을 24시간으로 가정해 출발한다. 지금은 지구 종말 60초 전의 상황. 무대는 연극을 올리는 과정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었다. 연출을 맡은 전윤환이 그간 꾸준히 이어온 방식이다. 작품에 출연하는 11명의 배우들은 이 연극을 쓴 ‘작가’이자 ‘연출자’의 분신이다.기후위기에 대한 감각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진 않는다.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일상적 차원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작품은 ‘일종의 고백’과 같다.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의 연설과 강연, 무수히 많은 자료를 찾아보면서도 ‘공허한 외침’처럼 들린 기후행동의 당위성,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후변화의 실체, 아무리 고민해도 나의 일상에선 멀리 있는 듯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풀어낸다. 인류세, 해수면 상승, 기후당사자, 탄소 발자국… 연극을 올리기 위해 찾은 자료를 통해 무대에선 기후위기를 말할 때마다 귀가 닳도록 들리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그레타 툰베리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기후행동을 촉구해온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는 만큼 보이지만,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많은 정보를 확보해도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광주로 떠나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마주하면서다. 자본주의의 욕망과 속도전의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참사로 이어졌고, 그 안엔 무고한 희생이 강요됐다. 작가는 기후위기 역시 이러한 요인일 거라고 인식한다. 기후위기 역시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그 안에 불평등과 폭력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기후비상사태:리허설’ [국립극단 제공]전윤환 연출가는 “기후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다가온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달라지는 농작물을 기르는 농민들은 시시각각 재배지를 옮기거나, 새로운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에너지 전환으로 화력발전이 중단되다 보니 이곳의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기후위기 논의에 나 같은 건 없었다”는 대사가 나오는 이유다. 기후위기는 이미 진작에 코앞으로 닥쳤고, 뿌리깊은 구조적 불평등과 함께 찾아온다는 것을 붕괴 참사라는 처참한 재난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이 연극에서 중요한 장치 중 하나는 ‘암전’이다. 무대 역시 암전으로 시작한다. “이 어둠을 밝히며 인류는 시작되었다”며 “지구 시계 1분을 위한 리허설”의 시작을 알린다. 암전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전기와 전력이 끊긴 상황의 피상적 연출이자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 종말을 앞둔 비극의 상징이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이기도 하다. 공연 무대에서 암전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환기 작용’인 만큼 이 작품은 그 의미를 상징적으로 가져왔다.



‘기후비상사태:리허설’ [국립극단 제공]‘기후위기’를 전면으로 내세운 연극은 메시지만 전달하지 않는다. 무대를 올리는 모든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갔다. 무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제작은 최대한 자제했고, 백열등 조명을 30% 줄이는 공연을 목표로 LED 조명을 사용했다. 의상의 경우 불필요한 제작을 줄이기 위해 개인 의상과 국립극단 의상을 활용했고, 식물성 세제를 사용해 세탁했다. 홍보물 역시 친환경 용지와 콩기름 잉크, 친환경 폰트를 사용했다. 관객들에겐 관람 당일 교통수단에 대한 설문을 보냈다. 이 결과를 모아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공연업계 탄소발자국 절감을 위한 기준도 마련한다.‘기후비상사태:리허설’의 어조는 강경하지 않다. 교조주의적 태도를 버렸다. 대단한 교훈을 전달하려 하지 않고, 행동하라고 강요하지 않아 오히려 다수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워 일말의 죄책감을 품었던 관객이라면 그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으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감각’하게 해주는 무대다. 연극은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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