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분기 성장률 4.8%…코로나 봉쇄·러시아발 충격에 3월 경기는 하강(종합)

1분기 4.8% 성장…4%대 초반 예상치 넘어3월엔 상하이 봉쇄·러시아 전쟁 충격 영향시진핑 3연임 ‘안정’ 위해 부양책 더 쓸 듯중국 국기 오성홍기. /김남희 특파원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경제 성장률이 4.8%를 기록했다. 금융권 예상치와 지난해 4분기 성장률(4.0%)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중국 내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대도시 봉쇄에 따른 경제 충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3월엔 경기 하강 흐름이 확연했다. 최근 리커창 중국 총리가 국내외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예상 밖으로 더 커져 경기 하강 압력이 더 강해졌다고 수차례 공개 언급했을 정도다.중국 국가통계국은 2022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7조178억 위안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18일 발표했다.이는 금융권 예상치보다 높은 결과다. 앞서 중국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1분기 성장률을 4%대 초반으로 예상했다. 로이터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는 4.4%, 블룸버그 전망치는 4.2%였다.주요 경제 활동 지표인 소비·생산·투자·고용 등은 1분기 전체로는 지난해 4분기보다 나아진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3월 수치만 떼놓고 보면 상하이·선전·지린성 등 중국 주요 경제 도시 봉쇄와 러시아발 세계 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경기 둔화세가 확연해졌다. 특히 주요 도시 봉쇄 영향으로 3월 들어 소비 활동 지표인 소매판매가 1~2월보다 크게 줄었다. 2분기 중국 경제에 가해지는 압박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분기 소매판매는 지난해 1분기 대비 3.3%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소비자가 돈을 얼마나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2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늘었으나, 3월 소매판매는 코로나 방역 조치 영향으로 지난해 3월 대비 3.5% 감소했다. 중국 월간 소매판매가 줄어든 것은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1분기 산업생산은 지난해 1분기 대비 6.5% 증가했다. 산업생산은 제조업, 광업, 유틸리티 부문의 생산량 측정 지표로, 연매출 2000만 위안 이상 지정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1~2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늘었는데, 3월에는 증가율이 5.0%로 약간 낮아졌다.1분기 인프라·기계 등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1분기 대비 9.3% 늘었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대거 늘리고 부동산 규제 조치를 완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3월 투자가 다소 줄면서 1분기 전체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1~2월 증가율(12.2%)보다는 낮아졌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총결 표창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국 CCTV중국 차이신은 “1분기 성장률로 볼 때, 중국이 올해 5.5% 안팎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했다. 상하이와 선전 등 대도시를 봉쇄시킨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대가가 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의 영향도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을 짓누른다는 것이다.반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코로나 재확산과 공급망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으로 경기 하강 압력이 전례 없이 큰 상황에서도, 1분기 성장률은 안정적 성장 범위를 유지했다”고 평했다. 인프라·부동산 투자가 소비 억제와 생산 약화를 완충했다고 했다.중국 정부는 경기 급강하를 막기 위해 재정·통화 부양책을 동원해 돈을 풀고 있다. 올가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3월 실업률이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인 5.8%까지 오르면서 중국 정부 부담이 커졌다. 앞서 3월 정부 업무 보고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도시 실업률을 5.5% 이내로 통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중국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졸업자 수가 역대 최대 수준이기 때문에 고용 안정은 중국 사회 안정을 위한 최대 과제다.중국 제1의 경제 도시 상하이 봉쇄는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으로 둘러싸인 창장삼각주 제조 허브로 충격파를 퍼뜨렸다. 물류 대란과 공급망 혼란이 커지며 올해 중국 연간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5.5% 안팎)에 못 미치는 5.0%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창장삼각주는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핵심 경제권이다.15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25일부터 시중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RRR)을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의 지준율 인하다. 일부 소형 은행 지준율은 0.50%포인트 낮췄다.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장기적으로 5300억 위안(약 102조 원) 규모의 자금이 시중에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지준율은 일반 은행이 비상시 예금자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평소 중앙은행에 예비금으로 넣어둬야 하는 현금 비율이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의 가용 현금이 늘어 은행이 기업 대출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엔 7월과 12월 두 차례 은행 지준율을 인하했다. 지난해 7월엔 15개월 만에 지준율을 낮추며 시중에 1조 위안의 자금을 풀었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헝다(에버그란데) 채무 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부채 위기가 고조되자 지준율을 또 낮춰 1조2000억 위안 규모 자금을 공급했다.중국은 2021년 ‘6% 이상’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고 실제 8.1%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엔 우한 코로나 사태 충격이 덮친 2020년 1분기(-6.8%) 대비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18.3%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폭이 둔화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헝다(에버그란데) 채무 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부채 위기가 고조된 데다, 단 한 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으로 중국 경제의 주축인 소비와 서비스업 타격도 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언한 공동부유(다 함께 잘 살기)에 따른 중국공산당의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통제 강화와 규제 불확실성도 중국 경제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