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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탈원전 폐기’에 방점이 찍혔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후 원자력발전 수명 연장 등 원전 역할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통상 국가 에너지 정책의 기본 틀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2년마다 발표한다. 이번 10차 계획에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달성을 위한 전원별 발전량 비중 전망도 담겼다.‘2030 NDC 상향안’ 수정은 정부가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예고됐다.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로 분류되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계산에서다.실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 비중이 32.8%까지 늘어나면 최대 전력원이 된다. 지난해 발표한 ‘2030 NDC 상향안’에서는 신재생에너지(30.2%) 비중이 가장 높았던 데서 뒤집힌 것이다.이는 최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주요국의 노력과 상반된다. 이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청정에너지 제조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항이 담겼다. 유수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을 지키지 못하는 납품협력사에 불이익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원의 무기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인 만큼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원전 비중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원전 건설 부지 확보 문제로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해 윤석열 정부도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이럴 경우 전력 수급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줄이는 데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 발전원은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전력공급을 중단하거나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친환경 에너지로 원전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석탄발전 비중이 ‘2030 NDC 상향안’ 대비 0.6%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정부는 전력수급 안정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함께 늘려야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며 “다만 재생에너지 보급은 필요한 만큼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