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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계의 공익기금 부과 문제의 발단은 생명보험사 상장을 위한 제도 손질이 이뤄지던 20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보사 상장은 업계가 18년간 골머리를 앓던 문제 중 하나였다. 상장으로 얻는 이익을 누가 가져갈지가 논쟁의 핵심으로 국내 생보사가 주식회사인지, 상호회사인지 그 성격을 명확히 하지 못했던 게 근본적인 문제였다. 치열한 논쟁을 거친 끝에 한국거래소가 생보사 상장을 위한 유가증권 상장규정 개정안을 결의했고, 2007년 4월에는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했다. 개정안은 생보사 상장 논란의 핵심으로 꼽히던 상장 차익의 보험 계약자 배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내 '이익 배분' 문구를 삭제한 것이 골자였다. 상장 차익은 생보사와 주주들에게 돌아갔고, 이후 2009년 10월 동양생명이 이 개정안을 적용받아 국내 생보사 최초로 IPO(기업공개)에 성공했다. 이어 2010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삼성생명, 2015년 미래에셋생명 등이 상장을 추진했다. 생보협회 측은 "사회공헌기금 조성은 생보업계의 이미지 개선과 사회공헌 활동 강화를 위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공익기금의 시작은 정부 개정안이 승인된 후 생명보험협회와 22개 생보사가 체결한 자율 협약이 기반이다. 이를 통해 협회와 생보사들은 20년간 1조5000억원의 기금을 모아 공동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겠다고 결의했다. 시작은 22개사였지만 생보사 통·폐합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19개 생보사가 위원회에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매해 얻은 이익에 따라 출연금 규모가 정해지는 만큼 현재까지 누적된 출연금은 각 사마다 수 천배 넘게 차이가 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13년간 삼성생명의 누적 출연금은 970억원에 달하지만,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15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재단, 기금, 지정법인에 출연금을 균등 분배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누적 출연액 규모도 이와 비슷한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기금 운영과 관련해서는 여러 비판들이 제기된 바 있다. 주로 지적되던 것이 자금 집행의 투명성이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도 몰랐다. 생보협회, 특히 협회장들의 '쌈지돈'이었던 셈이다. 생보협회장은 현재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씨가 맡고 있다. 생보협회는 비판이 거세자 기금 운영 4년 만인 2011년부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홈페이지에 연차보고서 등을 게시하면서 사용처를 알리기 시작했다. 또 생보협회가 생명보험사회공헌기금을 내부 조직에 두고 운영하면서 기금이 불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때 기금 운용 조직을 독립법인으로 만드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조직 운영비 등이 부담된 회원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생명보험사회공헌기금은 '자살예방방지 사업' '생명존중문화 지원사업' '고령화지원 사업' 등에 주로 기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사업 방안 발표 당시 내건 사업 중 하나인 공익성 상품은 현재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생보협회는 공익성 상품의 개발 및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내걸며 기부보험, 출산장려보험, 극빈자·저소득층 대상 건강보험 지원 등 마이크로 보험 지원사업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업계가 모은 기금에 비해 실제 추진 사업은 존재감이 희미하다"고 전했다. 보험사들도 불만이 적지 않다. 삼성 한화 교보 등 대형 생보사는 물론 중소형 생보사들은 저마다 적지 않은 자금을 써가며 자체적인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따로 막대한 기금을 조성해 따로 공헌활동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준조세이자 이중 과세인 셈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상장 허용을 명분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사회공헌기금은 법적 근거가 약하다"며 "기금 운영의 불투명성도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