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열흘 만에…서울교통공사 사장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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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웅희 작성일22-09-24 18:28 조회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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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뜻 이어받아 안전한 일터 만들 것"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4일 오전 스토킹 살인사건 현장인 서울 중구 신당역 여성 화장실을 찾아 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조문 뒤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서울 지하천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열흘 만인 24일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공식으로 사과했다.김 사장은 이날 오전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피해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더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김 사장은 "일터에서 불의의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께서는 어려운 근무환경 속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자기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추모했다.이어 "오랜 기간 큰 고통 속에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돼 통한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건이 벌어진 이후 어떤 사과를 드리고 어떤 좋은 대책을 만들어도 고인께서 다시 돌아오실 수는 없겠지만, 이 세상에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김 사장은 이어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인이 남긴 뜻을 이어받아 더 안전한 지하철, 안심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직원들이 더욱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의 사각지대를 촘촘하게 챙겨보겠다"며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찾아내 고치고 조속히 대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공사는 고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인을 명예직원으로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서울교통공사 사장의 공식 사과문 발표는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이뤄졌다. 앞서 신당역에서는 지난 14일 밤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던 서울교통공사 소속 20대 역무원이 동료 직원이었던 전주환(남·31)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지난해 10월 불법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고소당한 전씨는 이후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직위해제를 통보받았으나, 회사 내부 전산망인 메트로넷 접속 권한을 여전히 갖고 있어 이를 통해 피해자의 근무지, 근무 일정 등 개인정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지난 21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검사 4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날(23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내부 전산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 내 정보운영센터, 구산역·증산역 역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구산역·증산역 역무실은 전씨가 범행 전 방문해 내부 전산망에 접속했던 장소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4일 오전 스토킹 살인사건 현장인 서울 중구 신당역 여성 화장실을 찾아 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조문 뒤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서울 지하천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열흘 만인 24일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공식으로 사과했다.김 사장은 이날 오전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피해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더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김 사장은 "일터에서 불의의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께서는 어려운 근무환경 속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자기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추모했다.이어 "오랜 기간 큰 고통 속에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돼 통한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건이 벌어진 이후 어떤 사과를 드리고 어떤 좋은 대책을 만들어도 고인께서 다시 돌아오실 수는 없겠지만, 이 세상에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김 사장은 이어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인이 남긴 뜻을 이어받아 더 안전한 지하철, 안심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직원들이 더욱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의 사각지대를 촘촘하게 챙겨보겠다"며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찾아내 고치고 조속히 대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공사는 고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인을 명예직원으로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서울교통공사 사장의 공식 사과문 발표는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이뤄졌다. 앞서 신당역에서는 지난 14일 밤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던 서울교통공사 소속 20대 역무원이 동료 직원이었던 전주환(남·31)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지난해 10월 불법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고소당한 전씨는 이후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직위해제를 통보받았으나, 회사 내부 전산망인 메트로넷 접속 권한을 여전히 갖고 있어 이를 통해 피해자의 근무지, 근무 일정 등 개인정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지난 21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검사 4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날(23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내부 전산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 내 정보운영센터, 구산역·증산역 역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구산역·증산역 역무실은 전씨가 범행 전 방문해 내부 전산망에 접속했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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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구수동 ‘마포손칼국수’의 손칼국수./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서해 연평도 꼭대기 해군 레이더 기지에서의 군 생활은 고립 그 자체였다. 사병이야 끌려온 처지였지만 군 간부도 팔자 없는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주말에 기지 밖을 나가봤자 황량한 어촌 풍경만 펼쳐졌다. 하루 세 끼를 모두 기지에서 해결해야 하다 보니 불만이 쌓였다. 어린 장병 입맛에 맞춘 식사는 달고 짜다는 불평을 늘 받았다.잔소리를 듣다 못한 조리 부사관이 손수 앞치마를 맸다. 가랑비가 섬을 축축이 적신 날, 멸치 육수에 신 김치를 넣고 칼국수 사리를 준비했다. 나이 지긋한 주임원사의 얼굴에 보기 드문 웃음이 폈다. “이러면 참을 수 없지”라며 냉장고 깊숙이 넣어뒀던 초록 병도 꺼냈다. 연한 주황빛을 띤 국물이 보글보글 끓었다. 하얀 칼국수 면을 건져 입에 넣었다. 직접 반죽해 살아있는 뱀처럼 구불거리던 칼국수 면이 빨려가듯 몸속으로 사라졌다. 간부들 모두 끝내 국물 한 방울까지 “캬아” 소리를 내며 식사를 마쳤다.오래전 일이지만 비만 오면 그때 칼국수가 생각난다. 잊히지 않는 기억을 품고 칼국숫집을 찾다 보니 서울 강동구 성내동 ‘대풍칼국수보쌈’까지 이르렀다. 강동구청역 바로 인근에 있는 이 집은 12시 땡 하자마자 직장인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메뉴판도 보지 않고 바로 주문을 넣었다. 뜨내기 손님이 없는 집이었다. 음식 나오는 모양을 보니 단골만 가지고 장사해도 충분할 듯했다.사람들은 보쌈정식과 낙지덮밥정식을 정확히 반씩 주문했다. 보쌈과 낙지볶음에 칼국수가 따라오는 구성이었다. 직접 담갔다는 나박김치, 겉절이도 한 종지씩 놓였다. 상추쌈과 보쌈김치, 윤기 나는 돼지고기, 센 불에 익혀 여전히 불기를 머금은 낙지볶음은 그것만으로도 지불하는 값을 넘어 보였다.사골 육수에 담아낸 칼국수는 맛보기 수준이 아니었다. 뽀얀 국물 속에 통통한 면발이 숨어 있었다. 혀 위에 달라붙는 고소한 맛들이 재잘거렸다. 국물을 가득 위장에 흘려 넣으니 없던 기백도 생길 것 같았다. 단골들은 편한 몸짓으로 젓가락질하며 익숙한 표정과 웃음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그 사이를 채운 것은 아끼지 않는 친절과 한결같은 음식이었다.유명세를 타버릴 대로 타버린 집이지만 서초동 ‘임병주 산동칼국수’도 빼먹을 수 없는 집이다. 예전 쓰러질 것 같은 건물은 사라졌다. 새로 지어 올린 모습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남는 건 그만큼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 게다.바지락으로 맛을 낸 국물은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조개를 모으고 모아 뽑아낸 진액 같은 국물에서 신선한 해풍의 향기가 났다. 바지락 사이로 언뜻언뜻 낀 녹색 애호박은 바다의 품 넓은 단맛 속에서 애교 섞인 재롱을 떠는 듯했다. 면발은 뱀이 아니라 이무기 정도 되는 힘으로 입속에서 꿈틀거렸다. 면을 앞니로 꽉 깨물고 어금니로 우적거리며 위장 속으로 간신히 밀어 넣었다. 작은 항아리에서 퍼낸 김치를 아끼지 않고 면발에 올렸다. 알이 통통한 만두도 시켜 칼국수에 곁들였다. 가게 문지방을 간신히 넘으니 감당할 수 없는 포만감이 찾아왔다.한강을 건너 마포에 가면 광흥창역 바로 옆에 ‘마포손칼국수’가 있다. 높다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선 사거리 구석, 오래된 폰트로 써 내려간 청록색 간판을 보니 이 집의 연식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실내는 비록 낡았지만 닦고 또 닦아 테이블에 잔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 두 가지가 있고, 여기서 바지락(손칼국수)과 재첩을 넣은 것으로 또 나뉘었다. 칼국수 면은 하늘하늘 찰랑거리며 한없이 부드러웠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쏘옥 말려들어갔다.국물도 거칠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재첩 칼국수는 밤 공기가 물러나고 밀려든 아침 바람처럼 구김살 없이 맑고 시원한 맛이 들었다. 바지락 칼국수는 바지락과 애호박에서 우러난 단맛이 뻑뻑하게 엉겼다. 국물과 면발이 강아지들처럼 이리저리 함께 뒹굴며 둥글둥글한 맛을 냈다. 단골들도 이 음식을 닮았다. 얌전히 국수 한 그릇을 비운 뒤 가로수 밑 그늘에서 점심 나절 잠깐 불고 마는 바람을 즐겼다. 칼국수 면발 가닥가닥 젓가락으로 부여잡고 식사를 하다 보니 그때 생각도 났다.“하면 잘하는데 왜 안 했나?”라고 조리 부사관 핀잔을 주던 간부들. 뒤로 돌아서서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해주고 싶어야 하지”라며 입술을 실룩거리던 김천 출신 조리 부사관. 그들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떤 식사를 하고 있을까? 칼국수같이 익숙한 음식은 삶의 군데군데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빈 그릇을 따라 지나간 것들 모두는 마침내 그리움이 된다.#대풍칼국수보쌈: 보쌈정식 1만2000원, 낙지덮밥정식 1만2000원. (0507)1329-0987#임병주 산동칼국수: 칼국수 1만원, 왕만두 1만원. (02)3473-7972#마포손칼국수: 손칼국수 8000원, 재첩칼국수 8000원. (02)719-0824
서울 마포구 구수동 ‘마포손칼국수’의 손칼국수./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서해 연평도 꼭대기 해군 레이더 기지에서의 군 생활은 고립 그 자체였다. 사병이야 끌려온 처지였지만 군 간부도 팔자 없는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주말에 기지 밖을 나가봤자 황량한 어촌 풍경만 펼쳐졌다. 하루 세 끼를 모두 기지에서 해결해야 하다 보니 불만이 쌓였다. 어린 장병 입맛에 맞춘 식사는 달고 짜다는 불평을 늘 받았다.잔소리를 듣다 못한 조리 부사관이 손수 앞치마를 맸다. 가랑비가 섬을 축축이 적신 날, 멸치 육수에 신 김치를 넣고 칼국수 사리를 준비했다. 나이 지긋한 주임원사의 얼굴에 보기 드문 웃음이 폈다. “이러면 참을 수 없지”라며 냉장고 깊숙이 넣어뒀던 초록 병도 꺼냈다. 연한 주황빛을 띤 국물이 보글보글 끓었다. 하얀 칼국수 면을 건져 입에 넣었다. 직접 반죽해 살아있는 뱀처럼 구불거리던 칼국수 면이 빨려가듯 몸속으로 사라졌다. 간부들 모두 끝내 국물 한 방울까지 “캬아” 소리를 내며 식사를 마쳤다.오래전 일이지만 비만 오면 그때 칼국수가 생각난다. 잊히지 않는 기억을 품고 칼국숫집을 찾다 보니 서울 강동구 성내동 ‘대풍칼국수보쌈’까지 이르렀다. 강동구청역 바로 인근에 있는 이 집은 12시 땡 하자마자 직장인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메뉴판도 보지 않고 바로 주문을 넣었다. 뜨내기 손님이 없는 집이었다. 음식 나오는 모양을 보니 단골만 가지고 장사해도 충분할 듯했다.사람들은 보쌈정식과 낙지덮밥정식을 정확히 반씩 주문했다. 보쌈과 낙지볶음에 칼국수가 따라오는 구성이었다. 직접 담갔다는 나박김치, 겉절이도 한 종지씩 놓였다. 상추쌈과 보쌈김치, 윤기 나는 돼지고기, 센 불에 익혀 여전히 불기를 머금은 낙지볶음은 그것만으로도 지불하는 값을 넘어 보였다.사골 육수에 담아낸 칼국수는 맛보기 수준이 아니었다. 뽀얀 국물 속에 통통한 면발이 숨어 있었다. 혀 위에 달라붙는 고소한 맛들이 재잘거렸다. 국물을 가득 위장에 흘려 넣으니 없던 기백도 생길 것 같았다. 단골들은 편한 몸짓으로 젓가락질하며 익숙한 표정과 웃음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그 사이를 채운 것은 아끼지 않는 친절과 한결같은 음식이었다.유명세를 타버릴 대로 타버린 집이지만 서초동 ‘임병주 산동칼국수’도 빼먹을 수 없는 집이다. 예전 쓰러질 것 같은 건물은 사라졌다. 새로 지어 올린 모습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남는 건 그만큼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 게다.바지락으로 맛을 낸 국물은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조개를 모으고 모아 뽑아낸 진액 같은 국물에서 신선한 해풍의 향기가 났다. 바지락 사이로 언뜻언뜻 낀 녹색 애호박은 바다의 품 넓은 단맛 속에서 애교 섞인 재롱을 떠는 듯했다. 면발은 뱀이 아니라 이무기 정도 되는 힘으로 입속에서 꿈틀거렸다. 면을 앞니로 꽉 깨물고 어금니로 우적거리며 위장 속으로 간신히 밀어 넣었다. 작은 항아리에서 퍼낸 김치를 아끼지 않고 면발에 올렸다. 알이 통통한 만두도 시켜 칼국수에 곁들였다. 가게 문지방을 간신히 넘으니 감당할 수 없는 포만감이 찾아왔다.한강을 건너 마포에 가면 광흥창역 바로 옆에 ‘마포손칼국수’가 있다. 높다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선 사거리 구석, 오래된 폰트로 써 내려간 청록색 간판을 보니 이 집의 연식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실내는 비록 낡았지만 닦고 또 닦아 테이블에 잔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 두 가지가 있고, 여기서 바지락(손칼국수)과 재첩을 넣은 것으로 또 나뉘었다. 칼국수 면은 하늘하늘 찰랑거리며 한없이 부드러웠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쏘옥 말려들어갔다.국물도 거칠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재첩 칼국수는 밤 공기가 물러나고 밀려든 아침 바람처럼 구김살 없이 맑고 시원한 맛이 들었다. 바지락 칼국수는 바지락과 애호박에서 우러난 단맛이 뻑뻑하게 엉겼다. 국물과 면발이 강아지들처럼 이리저리 함께 뒹굴며 둥글둥글한 맛을 냈다. 단골들도 이 음식을 닮았다. 얌전히 국수 한 그릇을 비운 뒤 가로수 밑 그늘에서 점심 나절 잠깐 불고 마는 바람을 즐겼다. 칼국수 면발 가닥가닥 젓가락으로 부여잡고 식사를 하다 보니 그때 생각도 났다.“하면 잘하는데 왜 안 했나?”라고 조리 부사관 핀잔을 주던 간부들. 뒤로 돌아서서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해주고 싶어야 하지”라며 입술을 실룩거리던 김천 출신 조리 부사관. 그들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떤 식사를 하고 있을까? 칼국수같이 익숙한 음식은 삶의 군데군데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빈 그릇을 따라 지나간 것들 모두는 마침내 그리움이 된다.#대풍칼국수보쌈: 보쌈정식 1만2000원, 낙지덮밥정식 1만2000원. (0507)1329-0987#임병주 산동칼국수: 칼국수 1만원, 왕만두 1만원. (02)3473-7972#마포손칼국수: 손칼국수 8000원, 재첩칼국수 8000원. (02)7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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