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 전 음악 흐르자 매화 피었다

제25회 춘천국제고음악제18세기 문인 남옥 소재 공연시낭송·성악·기악 한 무대



춘천국제고음악제가 지난 17일 춘천 출신 문인 남옥을 소재로 한 공연을 선보였다요한복음 1장에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태초의 '말씀'은 소리일 수도 있고, 빛과 어둠일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생명의 빛이 흘러나온다. 말로 하기 어려운 순간들에 대한 표현은 시와 음악으로 계속 시도된다. 지난 17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춘천국제고음악제 '영원한 빛 춘천'이라는 주제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올해 탄생 300주년을 맞은 춘천 출신 문인 남옥의 매화시를 소재로 몬테베르디·오르티즈·윌리암스·라수스·쿠프랭·캉프라 등 16·17세기 작곡가들의 고음악을 연결한 구성이었다. 르보야즈보칼레앙상블과 춘천 출신 리코디스트 이효원·허영진, 바로크 첼로 장유진, 하프시코드·오르간 김재연이 춘천국제고음악페스티벌 앙상블 멤버로 무대에 올랐다.휴식 없이 75분간 진행된 공연은 객석에 좌식의자를 배치한 점부터 남달랐다. 도입부에는 북소리가 천장부에서 이동하며 흘러나왔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태고적 울림을 전달하는 듯 느껴졌다. 17세기 작곡가 헨리 퍼셀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곡이었다. 시낭송, 기악, 성악을 마치 한 곡처럼 구성한 5개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조선통신사 등으로 활동한 남옥선생의 글이 포함된 문집 '매사오영'과 연관 지은 것이다. 민속풍의 기악과 경건함을 일으키는 성악의 이어짐은 순환과 함께 남옥의 시 세계로 '접속'하는 느낌을 전했다. 다양한 새 소리를 표현하며 화려한 솔로를 주고받은 허영진·이효원 두 리코디스트의 조화도 특별했다. '대니보이'의 원곡인 북아일랜드 민요 를 연상시키는 멜로디도 흘러나왔다.



춘천국제고음악제가 지난 17일 춘천 출신 문인 남옥을 소재로 한 공연을 선보였다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돋보였으나 고음악과 남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자칫 생소할 수 있는 공연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올해 25주년을 맞은 춘천국제고음악제는 지난 16일 개막공연 '세계의 조화21'을 통해 실험적 무대도 선보였다. 더뉴바로크컴퍼니가 참여,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했다.르벨의 바로크 작품인 '원소'를 통해 혼돈, 어두움에서 구별되는 빛과 생명으로 나아가는 우주의 탄생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